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화재 사고의 기억

2021. 3. 18. 20:34음악/프로젝트

Optical Eyez XL - TTFT : Wreckage (2011) [Bootleg]

Optical Eyez XL - TTFT : Wreckage (2011) [Bootleg]

이 앨범은 제가 2010년 화재사고를 겪은 당시의 전, 후 상황등을 엮어 만든 비정규 앨범입니다.

2010년 1월 28일 오전, 저는 연기속에서 깨어났습니다. 당시 마지막으로 제 방이 불 탈 차례였고, 제 방에 있는 창문은 방범창 때문에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내가 죽는구나" 라고 실감하고 내린 결론은, 불 사이로 지나가 현관을 통해 나간다면 적어도 살 확률이 50%는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숨을 멈추고 눈을 감고 현관의 위치를 기억하고 문을 발로차고 - 혹시나 닫혀 있다면 그대로 죽는 것이었기 때문에 - 가까스로 탈출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오랜 시간 음악을 만들어 오면서 컴퓨터 속에는 약 300여개의 비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규 앨범을 준비하며 처음 녹음했던 "AVALANCHE" 는 사고가 나기 전에 이미 녹음을 해둔 상태였습니다. 소위 '명반병' 에 걸려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지 못하고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미명하에 오랜 시간 분투한 결과는, 내 스스로도 어찌 할 수 없던 사고를 통해 공중 분해 되었고 불탄 집에서 나오자 마자 제가 했던 첫마디는 "아 XX 내 비트" 였었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몰랐던 제 몸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병원 응급실에 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몸은 화상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중환자실에 넘어가 당시 화상을 입은 얼굴 - 어깨, 양팔, 양발 부분을 붕대로 감싸고 진물 때문에 매일 갈아야 했으며 당시에 옆 침대 누워있던 아이가 생을 달리하여 그 가족들이 슬퍼하던 기억이 납니다. 물을 마실 수 없기에 간호사가 물에 적신 솜을 제 입술에 올려 두었었는데, 그것이 다 말라버린 후에 떼어내는 바람에 입술도 함께 떨어져 나갔었죠.. 전신의 30% 가 2~3도에 이르는 화상이었고 그 중 3도 화상을 입은 (표피 - 진피 - 지방층 까지 잃은) 부위는 가피이식과 자가피부이식이 결정 되었습니다.

당시에 제게는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사고 직전일 밤에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기억도 안나게 전화로 다투고 다음날 아침에 사고가 나서 이후로 쭉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연락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는지 우리 어머니에게 연락하여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었다고 합니다. 조금 데여서 병원에 있다고, 걱정 말라고 하셨다는데 낌새가 이상해서 직접 병원에 연락해 봤더니 중환자실에 있는데다가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고 하니 엄청 놀랐었겠죠. 중환자실에 있을때 처음으로 문병을 왔었는데 붕대에 칭칭 감겨있는 풍선처럼 부푼 저를 보더니 "괜찮네" 하더군요. 참 고마웠습니다.

중환자실에서 화기를 어느 정도 진정 시키고 난 후, 저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화상 치료의 특징 답게 매일 드레싱을 해 주어야 했는데 이게 참 끔찍했습니다. 드레싱룸 (옷 입는 방 아닙니다) 에 들어가면 화장실이나 목욕탕 처럼 타일바닥으로 되어있고 그 바닥은 피로 흥건 합니다. 침대째로 옮겨진 저는 화상 부위가 여러 군데 인지라 의사 5~6명이 동시에 달려들어 드레싱을 시작합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제발 죽여달라고 울었고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부르짖다가 지쳐서 덜덜 떨면서 그 방에서 나옵니다. 이 생활이 한달내내 계속 되었습니다. 진통제로는 이미 몰핀을 맞고 있었지만 그 고통앞에서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가피이식과 자가 피부이식을 받은 부분은 양팔과 양발 입니다. 지방층까지 타 없어진 부분은 가피를 먼저 이식하고 그 위에 제 멀쩡한 부분의 피부를 일부 덜어내 덮음으로서 어느 정도 가동범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이었습니다. 허벅지 부분에서 피부를 떼어내어 양발과 팔에 이식하였습니다. 수술 이후에도 드레싱은 계속 되었습니다. 다행이도 고통은 예전보다 훨씬 덜 해져갔고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얼굴 부분은 수술을 하지 않고 피부 재생을 돕는 연고로 치료 하였고 부모님께서 밤낮으로 수시로 발라주신 덕분에 없애야 한다던 왼쪽 귀 까지도 멀쩡하게 최대한 잘 아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을 쓸 수있게 되면서부터 저는 어머니에게 펜과 노트를 부탁드렸고, 다시 가사를 적어나가기 시작 했습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할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리듬을 떠올리면서 가사를 만들었고 그 내용들은 이 부틀렉 앨범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없어져 버린 비트들은 일전에 제 주변 동료들에게 보내놓은 데모들을 퇴원후에 수습하여 재구성 후 앨범에 싣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상황과 환경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러기에 웅크리고 열심히 뛸 날을 기다리고 있었죠.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들로 인생은 쉽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사고를 통해 제가 느낀건 이렇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피부 안에 있는 것 밖에 없다" 

그래서 저는 그 일을 기점으로 하루 하루를 더욱 열심히 살기로 했습니다. 드러내는 것에 겁내지 않고 매일 결과를 만들어 내며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죠. 

사고 이후 안타깝게도 손을 비롯된 몇 부위의 관절들은 예전만큼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 보다 단단하게 마음으로 주먹을 쥘 수 있게 되었으며, 당시에 사귀던 여자친구는 제 아내가 되어 우리에게는 두명의 자식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간사하게도 당시에 느꼈던 것처럼 절실한 열정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한발 한발 조금씩 더 나은 삶으로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보게 되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마음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Optical Eyez XL - TTFT : Wreckage (2011) [Bootleg] 트랙 리스트

  • 01Intro
  • 02문을 박차고
  • 03AVALANCHE (feat. DJ JUICE)
  • 04찢어버리지 (feat. B-FREE, RHYME-A-) (REMASTERED VER.)
  • 05Gossip
  • 06Interlude #1 참는 법
  • 07우기 (feat. MINOS)
  • 08준비된 랩퍼라면 모자를 벗지마 (feat. 가리온)
  • 09Bekind, rewind
  • 10Interlude #2 Unofficial rec.
  • 11Interlude #3 Let me..
  • 12웃긴놈
  • 13Tap the city (REMASTERED VER.)
  • 1420100128 TTFT (feat. Soulman)
  • 15Outro (Soul word)

앨범 리뷰 (리드머) : 별점 4개  board.rhythmer.net/src/go.php?n=6284&m=view&c=16&s=review 

해당 앨범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들으실 수 없도록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아직 재고 CD가 많이 남아있으니 원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로 주문해 주십시오. 직접 포장해서 잘 보내 드리겠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판매금액 : 배송료 포함 1만 2천원 (제주도, 산간지방은 1만 5천원) 
입금은행 : 우리은행 344-103594-02-001 김재천
주문후 이틀내 발송 (배송 업체 사정에 따라 다름)

주문서 링크 : forms.gle/6am3oi2TjXnrpz2N6

 

CD 주문 양식

[Through The Fire Tape : Wreckage] 판매금액 : 배송료 포함 1만 2천원 (제주도, 산간지방은 1만 5천원) 입금은행 : 우리은행 344-103594-02-001 김재천 주문후 이틀내 발송 (배송 업체 사정에 따라 다름)

docs.google.com


 

728x90
반응형
1 2 3 4 5 6 7 8 ··· 67